
“GD라면 여기서 뭐 시켰을까?” 상상으로 시작된 점심
신흥동을 걷다 보면 참 이상한 동네란 생각이 든다. 오래된 주택가 사이로 모던한 카페가 있고, 낡은 간판 옆으로는 감각적인 벽화가 있다. 이질적인 것들이 한데 어울리며 묘한 분위기를 내는 이 동네에서, 나는 ‘일미정’이라는 식당에 들어섰다. 간판은 심플했고, 외관은 화려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끌렸다. 입구를 들어서기 전, 문득 이런 상상을 했다. “만약 내가 좋아하는 GD가 이 근처를 걷다가 배가 고팠다면, 과연 어디로 들어갔을까?”
이상하리만큼 그 순간 ‘일미정’이 그의 선택일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유는 명확하지 않았다. 하지만 들어가고, 앉고, 주문하고, 한 입 베어문 뒤엔 알게 됐다. 이곳은 화려한 언변도, 과장된 미사여구도 필요 없는 ‘본질’의 맛으로 말하는 공간이었다.


‘일미정’의 불고기를 한 입 먹자마자 생각했다. “이건 단순히 고기가 아니야. 이건 리듬이다.”
불고기 하면 흔히 떠오르는 건 ‘단맛’이다. 그런데 이 집은 다르다. 첫맛은 부드럽고 달짝지근하지만, 곧장 마늘의 깊은 향과 간장의 고소함이 따라붙는다. 그리고 얇게 썬 대파와 양파의 아삭함이 마치 비트처럼 그 뒤를 받친다. 입 안에서 마치 하나의 곡처럼 전개된다.
이 조화는 GD가 음악을 만드는 방식과도 비슷하다. 그는 항상 멜로디에 감정을 실고, 가사에 메시지를 담는다. 일미정의 불고기도 그렇다. 그저 ‘맛있는 고기’가 아니라, 씹을수록 느껴지는 층위가 있다. 처음엔 양념의 감미로움, 그 다음엔 불향의 짙음, 마지막으로 입 안을 정리해주는 채소의 경쾌함. 마치 가사, 후렴, 아웃트로가 완벽하게 설계된 한 곡처럼 말이다.
게다가 고기의 질감 또한 인상적이다. 질기지 않으면서도 씹는 맛이 있고, 기름짐은 적당해서 부담스럽지 않다. 이건 단순히 양념의 승리가 아니라, 좋은 재료와 시간의 결과다. 즉, 이 불고기는 ‘꾸민 듯 안 꾸민’ GD의 스타일 그 자체다.

불고기의 화려한 리듬이 끝나자, 무대 뒤를 연상케 하는 육개장이 등장했다. GD 하면 우리는 강렬한 퍼포먼스를 먼저 떠올리지만, 그의 인터뷰나 일상 속 모습은 늘 차분하고 진중하다. 일미정의 육개장 역시 그런 느낌이다.
첫 숟가락을 떴을 때, 나는 놀랐다. 육개장의 국물이 탁하지 않고 선명한 붉은색을 띄면서도, 맛은 결코 자극적이지 않았다. 흔히 매운맛으로만 승부하는 육개장이 아닌, 차분하게 끓인 국물의 깊이가 돋보였다. 고사리와 대파, 소고기, 당면까지 각각의 재료가 각자의 위치를 지키면서도 하나의 하모니를 이루고 있었다.
이건 마치 GD가 인터뷰에서 “나는 내 안의 감정을 가장 솔직하게 음악으로 풀어내고 싶다”고 말한 것처럼, 요란하지 않은 진심이 담긴 맛이다. 겉보기엔 평범해 보여도 국물 속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재료와 시간이 들어 있다. 그리고 이 육개장은 모든 재료가 녹아든, 진정성의 결정체다. 그것이 바로 GD의 예술관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일미정 내부는 매우 단정하다. 번쩍이는 인테리어는 없지만, 벽의 타일과 테이블, 나무 의자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특히 창가 자리에 앉았을 때 들어오는 자연광과 어울리는 오래된 나무 의자는 꼭 GD의 스튜디오 사진에서 보던 감성이다.
그는 화려한 무대복을 입으면서도 자신의 작업실에서는 헐렁한 셔츠에 슬리퍼를 신는다. 그런 ‘편안한 세련됨’이 이 공간에도 깃들어 있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들려오는 조리장의 불판 소리, 그 소리와 함께 퍼지는 고기 냄새. 그리고 익숙하면서도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90년대 가요가 흐른다.
이 식당은 ‘컨셉’이 아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정서를 품고 있는데, 그 자체로 힙하다. 요즘 말로 ‘힙노스텔지어’라고 해야 할까? GD가 즐기는 복고풍 패션처럼, 오래된 것을 새롭게 느끼게 해주는 공간. 그런 곳이 바로 신흥동 일미정이다.
결국 GD와 일미정을 엮는 공통 키워드는 단 하나, ‘진짜’다.
겉으로는 트렌디하거나, 힙하거나, 세련돼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GD는 늘 ‘진심’을 이야기해왔다. “모든 콘셉트는 나의 감정에서 비롯된다”고 했던 그 말처럼, 일미정의 음식도 과장이나 인위적인 장식 없이 ‘맛’ 자체로 말한다.
불고기 하나, 육개장 하나에도 묵묵한 장인의 손길이 녹아 있고, 공간 전체에 흘러가는 공기마저도 거짓이 없다.
그렇기에 GD가 이곳을 방문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그의 예술 세계와 이 식당의 음식이 만나는 순간, 그건 어쩌면 우리가 만들어낸 환상일지라도 더없이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좋은 음식과 예술은 결국 사람의 감정을 흔드는 진심에서 출발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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